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요 근래 아침 출근할 때마다 차량 흐름이 가장 많은 교차로에서 심심찮게 목격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철마다 돌아오는 풍경 중 하나인 예비 정치인들의 1인 선거 운동 모습이다. 이 모습을 보니 선거철이 다가옴을 실감한다. 이제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우리는 동네 곳곳에서 번지르르하고 유려한 문체를 사용한 입담의 대결로 청중들을 휘감는 그들의 유세를 보고 듣게 될 것이다. 이러한 단상 속에 집어든 책은 바로 연설과 관련된 고전 중의 고전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이다.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이자 사상가였던 아리스토텔레스, 이름만 들어도 지성적 위용이 느껴지는 저자가 수사학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썼다. 당시 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을 감안할 때 본서는 탄생할 수 밖에 없는 필연성을 가진다.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도시국가가 번성했던 시절 작은 도시국가 안에서 정책의 입안과 결정은 많지 않은 수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의견을 게재하고 토론과 논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해내는 등의 직접 민주주의로 꽃을 피웠던 시기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떠한 주제에 대해서 청중에게 호소하고, 그 호소한 내용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청중들을 사로잡는 연설, 웅변과 같은 말하기 기술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는 당시의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윤리적 고려 없이 실용적이고 실천적 지혜를 중시했던 말쟁이들인 소피스트의 수사학은 사실적 증명이 아닌 청중의 감정을 자극하여 자신들의 의견에 동조하게 끔 만드는 것임을 비판하며 올바른 수사학의 필요성을 재고하기 시작한다.
총 3부로 구성된 본서는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진 연설의 기술로서 수사학에 대한 전형적인 지식을 선사하는 저작이다. 저자는 책의 1부를 통해 수사학의 본질과 정의를 시작으로 수사학의 주된 내용임과 동시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논리적 추론으로서의 로고스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가 반박하고 비판하였던 소피스트에게 결여된 것이 바로 이러한 사실적 증명을 위한 논리적인 추론과 논의임을 강조하며 바른 수사학의 본질을 강조하는 데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이어 2부에서는 청중과 연설가의 감정이 어떻게 연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서 설명하는 파토스에 관한 내용과 청중과 연설가의 성격을 드러내는 에토스에 대한 내용을 말한다. 마지막 3부를 통해서는 전달의 실제적 기법들인 문체나 배열과 같은 이슈를 다룬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며 배우게 된 몇 가지 내용이 있다. 그 중 한가지는 변증학과 수사학의 정확한 차이점이다. 변증학은 귀납법과 연역법을 사용한 논증을 사용하여 절대적으로 참되거나 옳은 것에 대한 필연성을 특징으로 삼는다. 반면 수사학은 자신의 연설을 듣는 재판관이나 청중을 어떻게 하면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도록 설득할 것인가에 대한 목표를 가지고 대체적으로 참되거나 옳은 것에 대한 개연성을 특징으로 갖는다. 그렇기에 예를들어 종교적 연설의 일종인 개신교의 설교는 절대 진리에 대한 강조를 토대로 하기에 변증학적 요소가 강하며 선거 유세와 같은 정치적 연설은 자신의 정치 신념을 피력함으로서 유권자들의 표를 한표라도 더 얻기 위한 설득적 요소로서의 수사학적 요소가 더 많은 것이다.
또 한가지 연설가는 자신의 논제에 대해 관련사실을 전체 또는 일부라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연설과 설교 등을 듣다보면 연설가에게 있어서 한가지 답답한 점을 보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연설가 본인이 이야기하는 내용의 사실 여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에 본인도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를 정도로 헤매는 경우이다. 이같은 일이 벌어지면 결론은 주장하는 논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서 이윽고 배가 산으로 가는 사태가 벌어진다.
마지막으로 3부를 통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훌륭한 수사학적 연설의 조건이다. 이색적인 단어나 표현을 사용하되 청중이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 그리고 문체의 간결성과 명료성에 대한 강조였다. 장황한 문장을 늘어놓거나 논지에서 벗어나 삼천포로 빠지는 연설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바로 간결성과 명료성이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청중의 입장에서 나도 모르게 짜증이나고 그냥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마치 초등학생 시절 뙤양볕 아래 운동장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교장 선생님의 지루하고 지리멸렬한 훈화라는 이름의 네버엔딩 스토리를 들어야만 했던 월요 애국조회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간결성과 명료성, 거기에 더해 이색적인 어휘나 표현을 자연스럽게 사용하여 연설의 진부함을 한방에 해소하고, 오히려 청중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하며 주의를 환기시키도록 돕는 전달의 장치들은 매우 훌륭한 연설이 갖추어야 하는 필수 조건이다.
수사학은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생소한 학문이다. 남 앞에서 대중 연설을 할 일은 별로 없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자신을 둘러 싼 삶의 정황 속에서 타인에게 나의 어떠함을 증명해내야 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만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우리 자신의 주장을 타인에게 말하고 이해시키며 설득하게 되는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바로 일종의 증명 작업으로서 수사학의 범주에 든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생략삼단논법이나 예증과 같은 방법을 동원하여 체계있고 논리적으로 행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자신만의 레토릭 기술을 가졌느냐의 여부로서 드러난다. 이처럼 로고스와 파토스 그리고 에토스에 덧붙여 여러가지 문체, 은유와 같은 전달법의 핵심을 이해함으로서 다른이들에게 내가 가진 생각과 사상, 논지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우리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며 또한 필요하다. 그것은 광장에서 누군가를 찬양하거나 법정에서 변론을 하며 정책 입안을 위한 조언을 하는 등의 거창한 일만이 아니라 작게는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일에 있어서까지 우리의 실생활에 너무나 밀접하게 연결되는 실제적인 삶의 기술이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부터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나의 의견과 생각을 개진하고 다른 이들의 호응을 얻어내기 위한 치열한 싸움은 인류 사회가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책을 펼쳐드는 순간 독자는 본서를 통해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위대한 지성이 베푸는 주장과 설득이라는 미묘한 기술의 지적 통찰과 향연을 누림과 동시에 책을 통해 풍겨져오는 레토릭의 미학 속에 침잠할 수도 있으리라.
사기어록
고대 중국의 5가지 형벌 중 궁형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궁형은 죄인의 생식기에 가하는 형벌로서 남자는 고환을 제거함으로서 남자로서의 구실과 기능을 잃어버림과 동시에 불명예스럽고 수치스러운 형벌 가운데 하나였다. 이렇듯 죽기보다 고통스러운 치욕의 형벌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사기' 라는 중국 불멸의 역사서를 써내려간 사람이 바로 오늘 리뷰하게 되는 책의 원저자 '사마천' 이다. 그리고 이 책은 사마천이 기록한 사기에서 약 200여개의 주옥같은 명문들을 중국 역사와 고전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는 김원중 교수가 직접 발췌하여 엮은 보석과 같은 저작이다.
사기 자체가 52만자가 넘는 어마무시한 분량의 방대한 저작이기에 어쩌면 우리와 같은 평범한 독자들에게 있어 사기는 결코 범접하기 쉬운 책이 아니다. 그렇기에 중국사와 고전 문헌에 능통한 저자가 자신의 학자적 역량을 동원하여 심혈을 기울여 추려낸 본서의 가치는 이루말할 수 없이 크다 여겨진다. 사마천이 사기를 통해 다룬 시대는 중국 고대 왕조인 하, 은, 주나라부터 춘추 전국시대에 이른다. 약 2천여년의 기나긴 세월 동안 역사 속 무대 위에 등장했다 사라졌던 수 많은 인물들이 내뿜는 그 진득하면서도 끈적한 희노애락, 애욕의 이야기는 오늘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의 폐부를 향해 그 촌철살인의 교훈적 비수를 겨눈다.
페이지마다 독자로 하여금 깊은 탄식을 자아내게 만드는 본서 '사기어록'은 총 4부로 구성되었다. "1부 나를 다스리다" 부터 "타인을 이해하다, 세상과 더불어 살다, 통치의 기술" 까지 인간사에 있어서 결코 거칠 수 밖에 없는 처세와 인생의 도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그 안에는 한 시대를 풍미하며 호령했던 왕후장상의 다채로운 삶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명구들과 교훈들이 알알이 꿰어진 진주와 같이 독자들로 하여금 고전이 가지는 깊이있는 아름다움을 맛보도록 돕는다.
200여개의 명문 중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진중한 무게감을 갖는 가르침들 중 책을 읽는 나의 마음을 울리는 유독 결이 다른 몇몇의 문장들을 노트에 필사했다.
굴원은 탁월한 정치가였지만 너무나 고결하고 청렴결백하여 정적들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고, 이로인해 나중에는 중상모략을 당해 권력의 주변부로 밀려나는 비참한 삶을 맞이했다. 적당히 흙도 묻고, 때도 묻히는 삶이야말로 당시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처세의 한 방법이었다고 하니 굴원은 이에 편승하지 못한 책임을 본인의 삶으로 갚은 것이다. 정말 고독한 자의 비애며 현실 정치가 가져다주는 억누를 수 없는 슬픔이다. 시대를 불문하고 굴원에게 요구되어졌던 그 추잡한 처세의 태도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요구되어진다는 짜증나는 현실에 대한 자각으로 마음 한켠이 아리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항상 갑의 자리에만 있을 수 없다. 갑의 자리에 있다가도 어느 순간 을, 그 이하의 자리까지 곤두박질 쳐 내려가는 일이 다반사인 세상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그 마음의 복잡함과 씁쓸함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영겁의 시간처럼 다가온다. 간혹 누군가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할 때, 받아들여질 지 의문인 상태에서 자존심을 내려놓고 부탁을 해야하는 경우와 같이 우리의 일상을 흔드는 명문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정당시는 본인을 찾아 온 사람들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었다. 상대방의 마음까지도 자상하고 세밀하게 헤아릴 줄 아는 위인이 드문 요즘이기에 본 명문은 나의 마음에 더 깊이 와닿았다. 상대적 약자들에게 하루에도 한 트럭이 넘는 엄청난 욕설과 비난, 비방을 마치 폭포수와 같이 쏟아내는 상급자들과 절대 갑의 위치에 있는 고용주들의 눈총을 받고 살아가야 하는 이 시대의 범인들에게 정당시의 말은 가슴 따뜻한 위로로 다가온다.
"박수칠 때 떠나라!" 는 세간을 떠도는 잡문이 존재하지만 이는 비단 지금의 세대 속에서 만들어진 말이 아니라 세대를 뛰어넘어 인류 역사 가운데 항존했던 명문의 현대판 버전일 뿐이다. 부귀와 명예, 권력을 손에 쥔 인간들은 결코 자신의 권좌를 손쉽게 내어놓고 물러나지 않는 것이 인간사의 이치다. 끝까지 붙잡고 싶고, 붙들고 싶은 그 영원할 것만 같은 부귀영화의 모란꽃을 쉽사리 놓을 수 없었던 수 많은 인간군상들의 말로는 흉하고 추했다. 끊임없는 부와 명예, 권력을 갈망하며 자신의 삶을 미친듯이 드라이브해 가는 작금의 현대인들에게 본 명문은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 인생에 있어서 올라가는 일보다 내려올 줄 아는 때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금도 이 내려오는 때를 놓친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신문지상에 그들의 이름을 욕스럽게 수놓는다. 부와 명예, 권력에의 그 탐욕스러움을 끊지 못할 때 인간의 격은 짐승만도 못하다. 그렇기에 사마천은 [범저, 채택열전] 을 통해 인간사를 관통하는 보편적이고 사실적인 진리를 주저함 없이 던짐으로서 독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 인류 역사가 강처럼 끊임없이 흘러온 이래 인류에게 있어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었다. 자신의 시대가 만들어가는 역사만큼은 새 것이라고 주장하는 오만한 사람들이 있어왔지만 그것은 한낱 그들의 얕은 바램이었음이 역사를 통해 증명되어졌다. 역사는 이전 것의 재탕일 뿐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신선함은 없다. 그렇기에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요구되어지는 것은 우리보다 앞서 살다 간 이들이 남긴 역사의 목소리에 겸허한 자세로 조용히 귀기울이는 겸손의 태도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사마천이 남긴 위대한 저작 '사기', 그리고 그 보물같은 심연 속에서 길어올린 본서 <사기어록>이 이 첨단 문명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이 크다. 본서의 저자 김원중 교수는 책의 서문에서 사기를 가리켜 "사마천이 궁형의 치욕을 견디며 자신의 혼을 담아 써 낸 명언 명구로 장식된 정교한 갑옷같은 책이다" 라고 평했다.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모욕스러운 궁형의 아픔 속에서 사마천은 매일 식은 땀을 흘리며 사기를 써내려갔다고 한다. 아마도 제대로 된 몸이 아니었기에 집필을 하는 내내 사마천은 그의 신체가 내뿜는 처절한 고통 속에 몸부림 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형극의 시간을 통과하며 그는 마침내 동양 사상과 사유체계의 근간이라 불리는 '사기' 집필의 엄청난 위업을 이룬다.
지금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있어 모든 인류가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이 촘촘한 얼개를 이룬 그물과 같은 사마천의 <사기>, 그리고 그의 명언이 가득한 본서 <사기어록>을 집어들고 읽어야 할 충분한 당위성은 그가 살던 시대나 지금의 시대가 결코 다름이 없다는 명약관화한 사실에 기인한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운 이 혼탁한 세대 속에서 본서를 펼쳐든 독자는 2100여년의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어 희미한 등잔불 아래에서 이마에 흐르는 식은 땀을 훔치며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 인고의 붓끝을 놀렸을 사마천의 아련한 체취를 맡게되리라.
허드슨 테일러
이 책은 "중국 내륙선교의 아버지"라 불리는 '허드슨 테일러' 선교사의 일대기를 탁월한 전기작가인 자넷&제프 벤지 부부가 기록한 전기이다. 독자는 어린시절 하나님께 자신의 삶을 드리기로 결정하고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가슴에 품은 허드슨 테일러의 삶을 통해서 하나님께 조금 더 다가가려고 몸부림 치는 열정적인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1832년 영국 요크셔주 반슬레에서 태어난 허드슨 테일러는 회심하기 전 그저그런 명목상의 그리스도인이었다. 그러나 그가 어느날 아버지의 서가에서 뽑아든 신앙서적 한권은 그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게 된다. 비웃음을 머금으며 펼쳐 든 책 속 한 구절 "그리스도가 구속의 역사를 완성함" 이라는 글귀는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그의 온 삶을 휘감아버렸다. 이후 자신의 삶이 그리스도의 구속 역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고 그는 전혀 다른 새 사람으로 변화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깨달은 이 복음의 기쁜 소식을 아직도 복음을 모르고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전해야겠음을 결심하며 해외 선교사로의 삶을 헌신한다. 특별히 중국 선교사로...
자신의 삶을 오로지 중국선교사로 헌신하고 중국에 가기까지 자기의 일상을 선교지의 삶의 모습으로 바꿔가며 살았던 이야기는 내게 너무나 큰 도전으로 다가왔다. 중국을 마음에 품고 난 후 청년 허드슨 테일러는 중국 옷을 입고, 침대가 없는 바닥에서 잠을 자고, 새벽일찍 일어나서 중국어를 공부하고, 음식먹는 양을 줄이고, 선교지에서의 사역을 위해 체력관리를 위한 운동을 시작하는 등의 실제적인 중국선교를 위해 자신을 단련시키는 모습으로 자신을 철저하게 하나님의 군사로 훈련시키기 시작한다. 내게는 엄청난 도전이 되는 대목이었다. 자신의 삶의 비전과 부르심이 무엇인지 모른 채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 급급한 삶을 살아가는 수 많은 그리스도인들의 삶에 경종을 울리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허드슨 테일러 그가 중국으로 향하는 배에 올랐을 때 그의 나이 약관 21세였다. 한참 친구들과 대학생활을 즐기며 젊음이 주는 기쁨과 즐거움을 누릴만한 나이에 그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미지의 땅을 향해 자신의 삶의 방향추를 재정렬했다. 복음이 주는 감격과 영원한 기쁨은 세상이 주는 한시적 기쁨이나 즐거움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임을 알았기에 그는 기꺼이 자신의 삶을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해 초개와 같이 던졌다. 영국의 중국선교회 소속 선교사로 중국 땅을 밟은 허드슨 테일러는 이후 중국 선교가 가진 한가지 중요한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당시 중국 선교는 선교사들 대부분이 중국 해안도시를 거점으로 선교 사역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즉 선교사들이 거대한 중국의 내륙지방으로는 들어갈 수도 없었고, 너무나 위험하기에 섣불리 시도할 수 조차 없는 일이었다.
이러한 선교 사역에 있어서 중대한 장애를 깨달은 그는 이후 주변 사역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륙 지방으로 들어가서 좀 더 많은 중국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해야 할 필요를 실현하기 위해 '중국내지선교회(China Inland Mission)'라는 새로운 선교단체를 출범시킨다. 이후 중국내지선교회는 복음을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중국 내륙지방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노란 머리와 파란 눈을 가진 서양귀신들이 아이들을 잡아 먹는다는 오해와 누명으로 인해 실제로 수 많은 죽음의 위협이 상존했지만 허드슨 테일러와 중국내지선교회 소속 선교사들은 목숨을 걸고 중국 내륙 심장부를 향해 더 깊숙히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의 이러한 헌신의 삶은 54년이라는 긴 시간 이어졌고 노구를 이끌고 다시 찾은 중국은 중국내지선교회를 통해 18,000여명의 사람들이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를 영접했으며 중국내지선교회는 825명의 선교사들이 사역하고 있는 건실한 선교단체로 성장했으며 이후 OMF(Over seas Missionary Fellowship)로 이름을 바꾸고 중국 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를 타겟으로 삼는 선교단체로 성장하게 되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어떻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마치 보이는 것과 같이 헌신적으로 섬길 수 있었는가? 하는 놀라움과 그의 믿음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또한 어려움과 위기 가운데서 조금도 어김없이 그분의 자녀들을 신실하게 도우시고 인도하셨던 하나님의 모습들을 보면서 광야에서 만나와 메추라기, 생수를 내셨던 그 오래 전 하나님의 기적의 재연을 보게 되었다. 정말 놀랍고 위대한 믿음의 사람이었던 허드슨 테일러 선교사의 삶을 통해서 멈춰선 삶의 부르심을 새롭게 하며 다시 한번 우리의 신앙을 점검하고 하나님께 겸손히 나가게 만드는 좋은 책이다. 더불어 허드슨 테일러의 삶의 궤적을 이야기 형식으로 따라갈 수 있기에 결코 지루할 틈 없이 매우 흥미롭고 박진감있다는 점은 이 책이 가진 장점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