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있는 선택권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이다. 이 세상이 그런 것 같다. 사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몇이나 될까? 부모님의 기대와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떠밀려 운명이라는 강물의 흐름 속에 자신을 내어던진 채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다수 아닐까? 몇일 전 이처럼 인간 주체성에 대한 상념을 엿보게 만드는 책 한권을 만났다.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는 그가 본인의 성장기를 바탕으로 구성한 자전적 소설이다.
당시 근대 독일의 교육문화와 사회현실을 간접적으로 비꼬는 사회 풍자적 요소가 적지 않게 가미되어 있는 본서에는 주인공 소년 '한스 기벤라트'가 삶과 현실 속에서 느끼는 내면의 갈등과 괴리를 매우 담담하고 절제된 필치로 그려져있다. 더불어 헤세는 본인의 성장기에서 느꼈던 당시 독일 사회의 모순과 자신이 느낀 인생의 참의미에 대한 물음을 책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를 통해 조용하게 투사시킨다. 어찌보면 사회적 관습과 기성 사회가 요구하는 암묵적 규정에 의해 몰개성화되어가는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이 책은 매우 큰 동질감으로 다가온다.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는 독일 슈바르츠발트의 작은 시골마을 라틴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다. 머리좋고 성실하며 재능있는 학생인 한스는 그의 마을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존재다. 대부분이 평범한 소시민들로 구성된 마을에서 한스는 몇주 후 마을과 학교를 대표해서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리는 주(州)신학교 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전국에서 모여드는 수재들이 경쟁하여 소수의 학생들이 신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신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그곳에서 무상으로 8~9년간 공부를 한 후 교구 목사 또는 교수라는 국가에서 주어지는 매우 안정적인 직업을 얻게 된다.
국가로부터 장학금을 받아서 공부하고 졸업 후에는 역시 국가로부터 안정적인 월급을 받으며 일 할 수 있는 교구 목사나 교수라는 편안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당시 독일 사회에서 똑똑한 젊은이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장미빛 인생의 기회였다.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해 한스는 벅찬 학업을 감당하며 시험을 준비했다. 아버지와 학교의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채 시험에 응했고, 결과는 2등으로 합격. 이윽고 기쁨과 설레임을 안고 시작한 신학교에서의 시간들이 시작되는데...
헤세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샐런저처럼 대놓고 현실 사회의 모순을 꼬집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간접적으로 함의된 메타포 하나하나가 더 소름돋는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의 기대와 부러움의 시선들이 어느 새 한스의 어깨를 짙눌렀다. 우수한 성적을 유지함으로서 마을과 학교, 가족의 명예를 드높여야하며 나아가서는 안정적인 직장과 높은 사회적 지위를 쟁탈해야 한다는 외부적인 요구와 한스 본인의 내면에 숨겨진 야망이 한데 어우러져서 급기야는 전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변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한스는 신학교에서 만난 개방적 정신의 소유자이면서 룸메이트인 '하일러'와 어울리며 변해간다. 이로인해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던 한스의 성적이 떨어지자 신학교 교장 선생님께서 한스를 불러서 면담을 한다.
책을 읽으며 줄곧 책의 제목에 대해서 궁금했던 차에 위의 문장을 통해 수레바퀴의 진의를 깨닫게 된다. 교장 선생님이 위로와 격려랍시고 던진 말 속에 제시된 수레바퀴는 바로 이 세상을 가리킨다. 이 세상은 거대한 수레바퀴이다. 세상이라는 수레바퀴 위에 앉아 수레바퀴를 굴리는 소수의 사람이 있는 반면 그 수레바퀴 아래에서 그 위로 올라타지 못한 채 오히려 수레바퀴에 깔리는 다수의 인간이 공존하는 이원화 된 세상에 대한 일종의 알레고리이다. 그렇기에 교장 선생님은 경쟁에서 도태되어질 한스를 염려(?)하며 힘을 내라고 독려한다. 힘을 내지 않으면 다른 이들이 운전하는 수레바퀴에 깔리는 비천한 인생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를 내포한 채...
책을 덮으며 여러가지 상념이 머릿속을 울린다. 근대 독일의 사회상 뿐 아니라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의 사회문화, 교육생태계의 모순과 비윤리성의 수레바퀴에 깔리는 수 많은 청소년들의 아픔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어진다. 헤세는 약육강식 동물의 왕국과 같은 냉혹한 현실 속에서 주인공이 어떻게 서서히 자신의 자아를 상실하며 사회가 던지는 무형의 폭력 앞에 함몰되어가는지를 독일인다운 극도의 절제된 필치로 묘사했다. 지금 이 시간도 수레바퀴 위와 아래에서 누군가를 깔아뭉개며 깔아뭉갬을 당하는 수 많은 무명의 한스들에게 이 책은 일독 그 이상의 가치로서 다가오는 저작이다.
엉덩이 탐정 숨은 그림 색칠놀이
아이들을 연호케하는 엉덩이 탐정의 숨은 그림과 색칠놀이가 접목된 놀이워크북 제 2탄이 돌아왔습니다. 83개의 엉덩이 탐정 애니메이션의 다양한 캐릭터 스티커가 수록된 본서가 아이로 하여금 흥분을 감추지 못하게 하네요. 책의 구성은 크게 숨은 그림 찾기와 캐릭터 색칠하기 그리고 특별 게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을 펼치면 한 페이지는 엉덩이 탐정과 조수 브라운 그리고 말티즈 서장님과 그외 애니메이션 속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색칠하고 반대쪽 페이지에서는 책이 제시하는 아이템들을 찾아내는 미션이 주어집니다.
사실 너무나 쉬운 문제이기에 아이들에게 있어 미션을 수행하는 일에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책은 아이들에게 미션 수행의 부담보다는 놀이 콘텐츠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색칠과 함께 아이템 찾기 미션의 중간에는 첫번째 특별 게임이 등장합니다. 이름하여 <붕어빵 얼굴 이모티콘>이라는 게임인데 스티커 붙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 아시나요? 아이들은 다 똑같은 것 같아요. 뭔가 떼어서 붙이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아이들은 스티커, 그것도 엉덩이 탐정이라는 최애 캐릭터에 등장하는 스티커를 보면 흥분한답니다. 다양한 등장인물의 얼굴이 그려진 스티커를 떼어서 해당 그림판에 붙이고 같은 얼굴끼리 선으로 연결합니다. 그런데 이때 아이들의 집중력을 유발시키는 문제가 등장하죠! 그것은 캐릭터 얼굴 표정들이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얼굴만 보고 "엉덩이 탐정이니까, 브라운이니까"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면서 줄을 그으면 틀리게 된다는 것이죠.
후반부에는 나머지 숨은 그림 찾기와 색칠놀이가 수록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엉덩이 탐정 애니메이션의 깨알 재미를 선사해주는 깜찍한 조연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더 큰 흥미를 유발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아이와 제가 꼽는 이 책의 백미는 바로 특별 게임 2 입니다. <퍼즐 스티커 게임> 으로 명명된 이 미션은 작은 아이템들이 그려진 스티커를 퍼즐 맞추듯이 붙여나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스티커를 해당 그림판에 색깔과 그림을 보며 맞추어서 붙이는 작업을 열심히 하다보면 어느덧 신기한 일이 생깁니다. 그것은 바로 위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2페이지에 걸친 그림판에 뭔가 글씨와 같은 형상이 드러나기 시작한다는 것이죠. 보이시나요? 아이가 열심히 붙이고 나서 제게 뭐라고 써있는지 읽어보라고 했을 때 사실 저는 글씨를 한번에 읽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멀찌감치 뒤로 미루고 보았을 때 신기하게도 다섯글자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 글자는 다름아닌 '엉덩이 탐정'
어렵지 않은 미션들을 재미있게 풀어가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이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되요. 숨은 그림을 찾으면서는 관찰력과 주의집중력이 요구되고, 직접 스티커를 떼며 색연필을 들고 캐릭터를 색칠하는 등의 모든 활동들은 아이들의 손가락 소근육 발달과 협응력 증진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3번째 특별 게임 또한 말그대로 특별합니다. <사라진 캐릭터 이름 찾기>라는 게임인데 한면에는 엉덩이 탐정 애니메이션 속 조연과 단역 캐릭터들이 빼곡합니다. 아이가 TV 속 엉덩이 탐정 애니메이션을 넋을 잃고 시청할 때 저 또한 함께 시청한 적이 있음에도 사실 저는 그곳에 등장하는 조연 캐릭터들의 이름은 거의 모릅니다. 주인공인 엉덩이 탐정과 조수 브라운, 말티즈 서장, 방울이 정도죠. 그렇기에 이번 특별 게임은 엉탐의 조연과 단역 캐릭터들의 이름까지도 외우고 있는가의 여부를 통해 진정한 엉탐 매니아를 가릴 수 있는 미션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이들의 관심과 암기력 향상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본서의 마지막을 장식하네요.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에게 작지만 큰 선물이 될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이제 여름방학이 다가옵니다.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질 우리 아이들에게 TV 속 인기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을 소환하여 부모님과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본서의 가치가 요즘 시기만큼 크게 다가오는 때가 없는 것 같아요. 자! 거두절미하고 지금 당장 인터넷서점 장바구니에 본서를 살포시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요?